사람의 눈은 과연 얼마나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좋은점도 없다.

카메라 렌즈는 사람의 눈을 목표로 개발하지 않는다.

디지털 카메라를 필름의 재현을 목표로 개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조리개값 F/1은 사람 눈의 밝기를 기준으로 만든 것인가?
아니다. 조리개의 구경과 '밝은'이라는 어휘의 혼동에서 오는 오해일 뿐이다.
눈의 최대 초점거리를 홍채의 최대 조리개 크기로 나누면, 사람 눈의 F값은 대략 F/4.5정도는 된다.
싸구려 3.5~4.5줌렌즈만도 못한 조리개값이다. 그나마 가변조리개. 어두운데 들어가면 커진다.


사람의 눈은 노이즈 없는 깨끗한 영상처리가 가능한가? 고감도 저노이즈?
전혀. 하늘 한번 쳐다보고 내 눈안에 가득한 노이즈를 감상해보자. 똑딱이 디카만도 못한 수준이다.


색수차는 없나? 대구경 렌즈만큼은 아니지만 분명히 있다. 색수차 생길만한 환경에서 유심히 바라보자. 다 생긴다.


계조(그라데이션)는 뛰어난가? 중앙부 몇 %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관용도가 뛰어난가? 아니다. 디카보다 좁다.
사람의 눈의 관용도가 16스탑이라고 브라이언 피터슨도 써놨더라. 오해다. 관용도가 뛰어난게 아니라,
홍채의 적응시간이 빠른거다. 3/100초니까. 만약 사람의 손으로 3/100초 이내로 렌즈 조리개를 조작할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디지털 카메라나 슬라이드에서도 아주 훌륭한 관용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셔터스피드는 뛰어난가? 거의 1/25s 고정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영화를 볼 수 있는 이유다. 카르티에 브레송은 1/125s의 세계에서 찰나를 잡으려고 노력했다던가?
노인네 구라에 속지 말자. 그런 소리나 믿고 다니니까 당신이 권위에 기댄다는 소리를 듣는거다. 인간이라면 가능하지 않다.


자 그럼 왜곡은 없는가?
50mm렌즈 쓰면 사람 눈과 흡사한 왜곡 없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가?
놀고있네. 원근감과 왜곡은 렌즈에 의해 생기는게 아니라, 촬영자와 피사체의 거리에서 생기는 거다.
차를 타고 달려 보자. 도로 레일이 일직선으로 당신한테 달려오던가?
50mm 로 당신 여자친구 코앞에 들이대고 가능한 최소초점거리로 찍어보자. 아주 예쁜 대두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진실된 이미지라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
내가 눈으로 본 것은, 내 시신경을 거쳐 뇌에 도달하고,
다시 전두엽에서 내 가치관과 경험과 지식에 의해 여러 번의 왜곡과 재구성을 거친 이미지들이다.
따라서 같은 장면을 보고도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른 것이며, 사람마다 표준이라 느끼는 렌즈 화각이 다른 것이다.


내가 카메라로 프레이밍하는 것은 그러한 내 왜곡된 이미지를 포착해 내는 것이다.
눈으로 보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눈으로 보이는 대로 찍었다고 해서 진실도 아니다.


내가 찍은 것만이 나만의 진실이다.
by 랜디 | 2008/03/10 14:06 | Toy box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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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모범답안 at 2008/03/10 21:51
으음 공감가는 글입니다. 사람이 찍어야지 사진을. 기계로만 찍으려는 사람들이 참 많은것 같아요.
Commented by ZOON at 2008/03/10 22:38
그래도 가끔 시신경에 연결되는 카메라를 달고싶어요.
Commented by 쫑아 at 2008/03/11 02:10
저는 기계로 사진을 찍어요 히히~
Commented by 아슈★ at 2008/03/11 11:18
나만의 진실....흠..그건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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